인천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26살 청년이 6년 동안 악착같이 뛰며 무려 3억원을 모아 화제가 되고 있다. 매일 30km를 걷고, 하루 600~700개의 물량을 소화해내며 얻은 결과다.

지난 5일 KBS ‘굿모닝 대한민국’은 인천 서구에서 활동하는 6년 차 택배기사 정상빈(26)씨의 일상을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정씨는 이른 아침부터 현장에 나와 오전에만 300개 물량을 처리한다. 배송과 인증, 사진 촬영까지 단 3초면 끝날 정도로 빠른 손놀림이 장기다. 그는 하루 600~700건, 한 달 1만5000~1만6000건의 물량을 소화한다. 통상 기사들이 월 6000~7000건을 처리하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현직 기사들이 “토할 정도로 뛰어야 가능하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정씨의 성실함에는 체계적인 노하우가 있다. 그는 무겁고 부피 큰 물건은 각 층별로 미리 내려놓고, 작은 물건들은 최상층까지 들고 올라간 뒤 계단으로 내려오며 배송한다.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 사용도 최소화한다. 배송 중에는 항상 휴대전화로 반품과 배송 물품을 확인하며 머릿속에 동선을 효율적으로 그려둔다. 정씨는 “머릿속에 저만의 지도가 있다”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게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매일 쉴 새 없이 뛰는 탓에 신발은 2~3개월마다 닳아 새로 갈아야 한다. 하루 걷는 거리는 약 30㎞, 걸음 수로는 5만 보에 달한다. 이런 강행군 끝에 한 달 수입은 약 1200만원, 실제 거래 내역에는 1267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정씨의 수익은 건당 700원의 수수료로 계산되는데, 한 달에 1만7000건 이상 배송해야 가능한 액수다.

그는 지금까지 3억원을 모았다. 어린 시절 잦은 이사로 상처가 있었던 정씨는 “내 이름으로 된 새집에 이사하는 게 꿈”이라며 “택배 일이 적성에 맞는다. 힘들어도 즐겁다”고 말했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자 본격적으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젊은 나이에 ‘내 집 마련’에 도전하고 있다.

김종용 기자 deep@chosunbiz.com